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다섯 번 이상 봤습니다.

보스턴글로브란 언론사 기자들 얘기고, 또 최고의 탐사보도를 다룬 영화란 이유가 큰 몫을 했습니다.

여기엔 내부고발자 필 사비아노가 나옵니다.

작년 이맘 때쯤 그는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 한번 이 영화가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내부고발자의 힘듦과 정신적 고통, 후폭풍을 여과없이 보여준 이 영화를 많이 봤다는 이유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걸 나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 공무원으로 일하는 내부고발자를 만났습니다.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갑질을 참다참다 못해 내부고발에 나선 몇 명을 만난 겁니다.

취재에 나서고 비중있는 기획보도로 다루기로 결정됐고, 즉각 현장취재에 나섰습니다.

수시로 폭행이 이뤄졌다는 건물 옆 주차장.

밥을 먹고 나오다가 또 맞았다는 식당 앞 길거리.

스케치 영상취재를 하면서도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공무원이 된 지 얼마 안된 매우 앳띤 얼굴이었습니다.

폭행과 폭언 등 수시로 이어진 직장 내 갑질 피해로 주위를 매우 경계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매우 힘겹게 부탁을 했더니 피해자들이 겨우 허락을 했습니다.

피해 폭행 동영상.

일부러 찍은 것 같진 않았습니다.

우연히 찍힌 건데, 팩트 여부를 가릴 매우 중요한 자료임엔 틀림 없습니다.

당시 폭언과 고성, 폭행 모습이 엎치락 뒤치락 흔들리는 화면에 담겼습니다.

원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 모습은 절대 특정되지 않도록 하는 게 언론윤리강령입니다.

일명 모자이크, 혹은 블러처리라는 게 그건데요. 이번에는 아예 뒷모습이라든가 기둥 옆 모습 조차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그들의 요청과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보도 이후 2차 피해라든가, 부모님 등 주변 지인들의 충격 등까지 세심하게 배려해야 합니다.

흔히 '보도를 위한 보도'로 자주 언론이 질타를 받곤 하는데, 그렇더라도 '공익'과 '사회정의'를 위한 일이라면 욕을 감수해야 하는 게 우리 숙명입니다.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습니다.

보도가 나갔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고, 그냥 보도를 참고하시라고 말하면 되는데요.

결론적으로 보도는 아직 보류 중입니다.

부모님, 특히 아버님들의 반대가 워낙 거셌습니다.

앞으로 3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해야하는데, '내부고발자'라는 낙인 때문에 계속 왕따를 당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처벌되더라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말은 머리와 가슴을 모두 때렸습니다.

이미 차별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까지 나가면 앞으로 더 감당하긴 힘들 것이라는 '선배이자 아빠의 경험'도 큰 몫을 했습니다.

내부고발자는 내부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에 나오는 겁니다.

과거 군대 간 분들끼리 흔히들 말하는 것 중 소원수리라는게 있는데요.

누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군대 내부 문제를 지적했다는 내용이 쫙 퍼져 오히려 수리함에 넣은 사람만 손해를 본다는 바로 그겁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철저한 비밀보장, 가해자에 대한 준엄한 처벌 등이 뒷따라야 하지만 아직 공무원 조직은 그럴 준비가 안됐나 봅니다.

공익 차원에서 그래도 내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실 분들 많으실 테지만.

내부고발자가 특정될 가능성이 높을 때는, 혹은 2차 3차 4차 피해가 우려될 가능성이 확실한 만큼 아빠의 요구사항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류가 보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대신 그 전에 내부 시스템이 확실히 작동해 벌 줄 사람을 정확히 조사해 벌을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정작용.

스스로 감시하고 치유하고 개선될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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