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방구석 한구석에 처박아 놓은 소법전을 오랜만에 펼쳐 보았습니다. 

인천구치소 치료거실 수감자 사망사건을 취재하며 '인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창살 밖 '인권'은 교정시설 담벼락 안쪽에도  유효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취재를 진행하며 받은 "인천구치소 치료거실 수감자 ㅇㅇㅇ입니다"로 시작되는 한 통의 편지.

숨진 정 씨와 같은 치료거실 수감방에서 생활했다는 그 수감자.

정씨의 병세가 악화되는 과정을 지켜봤고, 정 씨를 비롯해 수감동료들이 정씨를 치료조치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묵살 됐다는 내용.

그밖에도 다리가 검게 곪은 정 씨에게 구박과 욕설을 하는 직원의 이름을 꾹꾹 눌러 쓰며 꼭 엄벌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말미에 정 씨와 함께 몸이 아픈 수감자들이 '제2의 정 씨'가 되고 있다며 도와달라는 외마디와 울분을 토했습니다. 

"우리가 법을 어겨 이곳에 왔지만 인간 대우 받지 말아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법전 어딜 찾아 봐도 없지 않습니까?"

구치소와 같은 보안시설을 취재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취재력이 넘지 못하는 벽이 교정시설 담벼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상 교정시설을 '깜깜이 시설'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죄를 짓고 인천구치소 치료거실에 내발로 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인천구치소에 숨진 정 씨 조치에 대해 물었습니다. 

'의무관 진료 15회, 외부의료시설 이송진료 3회, 외부의료시설 입원 1회를 실시'

수치를 통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구치소 측은 주장합니다.

수감자들이 주장하는 사건 축소·은폐 의혹과 병세가 악화된 수감자가 있다는 내용에 대해선 완강히 부인합니다. 

보도를 준비하며 치료거실 내 환자현황을 알기 위해 보낸 질문에 대한 답변은

"특정기관의 수용원인 등 관련 자료는 국가보안시설인 교정시설의 규모에 관한 정보를 알려드리기 곤란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교정시설 높은 담에 부딪히면서 답답한 마음이 컸습니다. 

인천구치소 직원에게 툴툴대기도 했습니다. 

"그냥 제가 구치소에 들어가야 하나봐요. 인천구치소 치료거실 유은총이 되어야 하나봐요." 

극한의 취재 속에서 4편의 보도가 나왔고, 인천구치소 측으로부터 4번의 항의 공문을 받았습니다. 

보도 이후 법무부 교정본부는 정 씨의 죽음과 관련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지역시민사회 역시 인천구치소의 인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번 조사는 누군가에게는 '명예'가 내건 '진실게임'으로, 누군가에는 '목숨'을 건 '권리 찾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거라고 봅니다. 

수감자에게는 창살 안에서도 인간으로 받을 수 있는 대우를, 구치소 측에는 1만 6천여명 교정 공무원에겐 창살 안에서도 인권 수호자임을 확인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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