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강규형 /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 열심히 일하고 이따가 보자고. 그런데 카톡을 안 받으니까 그 남자친구가 무슨 일 있어? 내용이 있더라고요.]

함께 여행 갈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연락 안 되는 이유가 사고 때문이었다는 걸 당시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열심히 배워 자신만의 빵 가게를 차리겠다던 스물셋 청춘은 속절없이 기계에 끼여 숨졌습니다.

본사는 말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뇨. 말은 똑바로 해야죠.
불의의 사고가 아닌 예견된 사고입니다.

[이수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 끼임 사고가 일주일 전에 발생했을 때 하청사 이유로 그 노동자란 이유로 병원에 바로 데려가지 않고 그 공정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모아놓고 혼을 냈다, 라고 합니다.]

사망 사고 일주일 전 유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때라도 조치 취했다면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까.

아뇨,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올 9월까지 평택 SPL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 중 끼임 사고가 가장 많았지만 매번 노동자 탓으로 돌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사망 사고 아닙니까.
그래서 달라진 행보 보였습니다.

[이은주 / 정의당 의원: 뚜껑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졌고 비극이 벌어진 겁니다. 검은 케이블 보이시죠? 부랴부랴 센서가 설치됐습니다.]

작업량 늘리고 번거롭단 이유로 안전장치 외면했던 공장은 사고 이후 더 잔혹했습니다.

영국 시장 진출했다고 대대적 홍보 나섰고 선혈이 남은 그곳 사고 난 기계엔 흰 천을 씌우고 곧장 기계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현장 목격으로 충격받은 노동자들을 정상출근시켰고 숨진 노동자 빈소에는 경조사 지원품이라며 빵을 보냈습니다.

빵 만들다 죽었는데 조문객들에게 빵을 답례품으로 주란 말이냐.

유족들 분통 터뜨렸지만 사측은 다른 회사들이 일회용품 지원하듯 빵 회사니까 빵을 보냈다며 끝내 그 빵을 치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그 빵 안 먹는다.

SPC그룹을 향한 규탄 움직임 속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가맹점주들은 무슨 잘못입니까.
그간 본사 갑질에 휘둘리다 이젠 불매 운동 직격탄을 맞게 됐으니 분통 터질 일입니다.

[허영인 / SPC그룹 회장: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도록….]

여론 분노에 결국 고개 숙인 총수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SPC의 노력과 변화는 현장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판단할 일입니다.

[윤석열 / 대통령: 이윤이나 다 좋습니다마는… 사업주나 우리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그런 최소한의 배려는 서로 하면서….]

[김영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하다가 죽지 않는 나라, 아프지만 돈이 없어서 죽지 않는 나라가 기본이다, 최소한이다.]

최소한.

최소한이란 말은 어디에 어떻게 붙일 수 있는 말일까요.

여전히 누군가 죽어야 대책을 고민하는 이 나라에서 말입니다.

77명. 이 숫자는 올해 끼임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수입니다.

그리고 그 죽음의 그림자는 지금 이 시각에도 그 어디선가 성실한 노동자를 덮치고 있는 것이 아닐지.

이것이 기본도 최소한도 모르는 우리 사회 곳곳의 민낯입니다.

앵커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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